맥주칼럼 3편 - 산토리

글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배상준

배상준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맥주 칼럼니스트, 여행작가

  • 1997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교 졸업하고 세브란스 병원 전공의를 거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에서 일하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외과의사임에도 “낭만닥터SJ”라는 닉네임으로 맥주, 문화, 건강에 대한 칼럼을 쓰고 “맥주 마시며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대학과 기업에서 강연하는 유쾌한 아저씨다. 저서로는 <독일에 맥주 마시러 가자> 가 있다.

    핑크레터 3월호에는 기네스, 하이네켄에 이어 세번째 맥주 이야기가 실려있다.

산토리(Suntory) 맥주공장, 교토

  • 활짝 핀 벚꽃의 연분홍 빛깔이 가슴속 깊이 스며
    “아, 올해도 교토의 봄을 만났네” 하고는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다

    설국이라는 소설로 더 유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고도(古都)의 한 장면입니다. 교토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교토 학회를 마치고 귀국을 위해 오사카로 가는 길목에 목도 축이고 잠시 쉬어 갈만한 아주 좋은 곳이 있습니다. 산토리 교토 맥주공장입니다. JR 교토역에서 4정거장을 지나 내리면 공장으로 가는 하늘색 셔틀 버스가 항시 대기하고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맥주는 보리(맥아)로만 만들진 않습니다. 세금 문제, 혹은 대중의 맛 선호도에 따라 다른 곡물을 사용합니다. 보리맥아 100%로 만든 맥주가 구수하고 진한 향이 살아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쌀이나 옥수수를 섞어 만들면 깔끔함, 청량감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산토리 맥주는 보리맥아를 100% 사용하여 만든 프리미엄 맥주입니다. 맥아(麥芽)를 영어로 malt, 우리말로는 엿기름이라고 부릅니다. 와인은 단당류라 그냥 두어도 술이 됩니다만, 보리는 전분(녹말)이기 때문에 싹을 틔워 보리 속의 전분을 단당류로 바꿔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보리의 싹을 틔운 후 불에 볶아 말린 상태를 맥아라고 합니다. 

잠시 일본 맥주에 대한 기본 상식 몇 가지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 1. 일본 맥주 시장의 2대 강자는 기린(Kirin)과 아사히(Asahi)입니다. 첫 번째 맥즙만 사용한다는 기린의 대표 브랜드 이치방시보리와, 극도의 깔끔함을 강조한 아사히의 대표 브랜드 아사히 슈퍼드라이가 일본 맥주 시장 점유율을 50% 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2가지 맥주는 수 십 년 동안 베스트셀러였고 앞으로도 큰 변동 사항 없이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로 남을 것입니다.
      2. 일본 주세법상 맥주란 적어도 67% 이상의 보리맥아를 사용해 만든 술입니다. 일본 편의점에 가면 기린, 아사히 회사에서 나오는 맥주들인데 디자인이 약간 다른 맥주들이 아래 칸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라벨을 보면 맥주라는 표기 대신 발포주(?泡酒)라고 적혀 있습니다(일본어 발음은 합포슈). 발포주란 보리맥아를 67%미만으로 사용하여 만든 술입니다. 맥주보다 주세가 낮게 책정되어 쌉니다. 주세법상 맥주가 아닐 뿐 맥주와 맛이 거의 같아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견학 코스는 다른 맥주 공장과 동일합니다.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 덕분에 일본어로 진행되는 코스임에도 전혀 불편하거나 지루하지 않습니다. 맥주 공장 투어 경험이 처음인 외국인을 위해 쉬운 영어가 적혀 있는 그림 카드를 설명에 맞추어 보여 줍니다. 약 30분간의 견학이 끝나면 누구나 기대하는 시음 프로그램이 이어집니다. 시음장에 들어서는 투어 참가자들의 표정은 늘 밝습니다. 놀이 공원에서 사탕을 받는 어린애들과도 같은 표정입니다. 만약 맥주 공장 투어 프로그램에서 시음하는 과정이 없다면 맥주 공장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1/10로 줄어들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총 3잔을 테이스팅할 수 있습니다. 330cc 3잔이므로 기분 좋기 충분한 양입니다.

 

교토는 일본인들에게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입니다. 천 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기 때문에 누구나 원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도시입니다. 많은 문학 작품의 배경으로도 종종 등장하는 도시입니다. 교토의 아름다움을 느낀 후 오사카로 넘어올 때 잠시 시간을 내어 말죽거리 같은 산토리 맥주공장을 둘러볼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