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적 접근, 한국유방암학회, 그리고 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

글 | 삼성서울병원 이정언

한국유방암학회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1996년 1월에 외과 의사들이주측이 되어 창립된 유방암연구회가 커져서 1999년 6월에 유방암학회가 발족되었으니, 벌써 20년도 더 전, 유방암으로 진단된 환자 10명 중 8~9명이 가슴을 모두 수술하는 전절제술을 받던 그 시절에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회를 시작했던 우리의 선배님들이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20년 전부터 학회 회원들은 꾸준히 늘어서 현재 한국유방암학회(Korean Breast Cancer Society)를 구성하고 있는 회원들은 2018년 연말에는 1,384명에 이른다. 이들 회원들은 누구일까? 이들의 전문과목은 외과가 1,159명으로 대다수인 84%를 차지하고 있고, 병리과(65명, 5%), 방사선종양학과(58명, 4%), 내과(43명, 3%), 영상의학과(26명, 2%), 성형외과(14명, 1%) 외에도 다섯 명이 채 되지 않으나 가정의학과, 예방의학과,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핵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그리고, 봉직의와 개원의의 비율은 어떨까? 회원 통계에 따르면 의과대학에 근무하는 회원이 39%였고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회원의 비율이 29%였으며, 개원을 하고 있는 회원의 비율이 29%이고, 기타가 3%였다. 


한국유방암학회 회원 총1384명 기준통계 (20190103) 

한국유방암학회 회원 총1384명 기준통계 (20190103) 

한국유방암학회가 유방암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벌이는 사업으로는 (1) 학술대회, 학술집담회, 강연회 등의 개최 (2) 유방질환에 관련된 임상시험 및 연구 등의 수행 (3) 정기적인 학술지, 학술도서 및 소식지 등의 발간 (4) 관련학회, 협회 및 단체 등과 협력 및 제휴 (5) 회원 상호간의 친목 및 경조에 관한 제 사업 (6) 기타 본회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제 사업 등이 회칙에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되어, 2007년에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유방암에 대한 “다학제적 접근”을 표방하며 개최한 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세계유방암학회)는 한국유방암학회의 가장 큰 정기 학술대회인데, 처음에는 2년에 한 번 개최되었으나 점차 급격히 발전하는 변화들을 다루기 위하여 2016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한편, 2007년에 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를 처음 개최할 때 아시아에서 개최하는 국제유방암학회 중에서는 최초임을 표방했다는 “다학제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은 어떤 개념으로 받아들여 할까? 국내에서는 2014년 8월 1일 암환자에 대한 다학제 통합진료비가 급여항목으로 신설되면서 상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다학제 진료가 도입되어 확산되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흔히 ‘다학제 진료시스템’이라 하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환자의 치료계획을 함께 결정하는 것 정도로 생각된다. 하지만, 좀 더 기본적인 의미에서의 다학제적 접근은 ‘전문분야가 다른 의사들’이 협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의학과 의학 이외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접근하자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진단과 치료에 관련된 전문의들 이외에도 치매가 있는 노령 여성 환자의 경우 신경과 전문의가, 그리고 임신을 고려하는 젊은 환자의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가 다학제에 포함되는 것이 ‘다양한 의학적 수준’에서의 다학제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더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인 형편을 살펴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나 영양과 식이관리를 해 줄 수 있는 요리사, 운동과 관련된 상담을 하는 트레이너, 환자의 남성 혹은 동성 파트너들에 대한 심리상담사들과 협력하여 진료를 보는 것은 ‘다양한 학문적 수준’에서의 다학제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차 학문 사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점점 정보의 공유 속도는 빨라지며 환자들의 요구가 증가하고 의료진들이 제공할 서비스가 늘어난다면, 초학제 연구(trans-disciplinary research), 교차학제 연구(cross-disciplinary research), 다학제 연구(multi-disciplinary research) 등으로 불리는 각자의 전문분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흐름은 점점 더 거세지면 거세졌지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한국유방암학회에도 대부분의 다른 학회처럼 정회원과 준회원 제도가 있다. 약관에 따르면 정회원은 ‘본회의 목적에 동의하는 전문의 또는 박사학위 소지자 이상의 의료관련종사자, 기초과학자 및 보건의료연구자로 법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에서 승인된 자로 소정의 입회비를 납부한 자’를 뜻하며, 준회원은 ‘본회의 목적에 동의하는 유방암의 연구 및 진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 의료관련종사자, 기초과학자 및 보건의료연구자로 법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에서 승인된 자로 소정의 입회비를 납부한 자’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준회원은 학술대회 및 총회에 참석하여 발언할 수 있으나, 선거권과 피선거권 그리고 의결권이 없다.

어떠한 학회도 학회 회원들의 지지를 받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기에 학회 회원들의 관심사와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것이 유관 학회들의 이기적인 이해상충으로 배타적인 관계로 종종 드러나곤 했던 것이 과거의 구태라면, 앞으로는 외과 이외의 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의사들에게 한국유방암학회의 문호를 더 넓게 개방하여 장차 학회 내의 위원회, 연구회를 함께 운영하며 학회에서 중요한 역할에 함께 참여해야 할 것 같다. 아울러, 좀 더 넓은 의미의 ‘다학제’를 고려한다면 의사가 아닌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도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하여 미래에 다가올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준회원 제도를 잘 적용한다면 우리 학회의 외연도 넓히고 더 다양한 내부의견을 청취할 수도 있을 듯하다. 


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가 장차 의학 이외의 분야도 아우르는 ‘다학제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을 주된 주제로 다루고 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가 한국유방암학회의 가장 큰 정기 학술대회로 계속 유지되려면, 우리 학회의 회원 구조도 ‘다학제적 구조’로 바뀌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 학회의 회원 구조가 ‘다학제적 구조’가 될 때 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는 한국유방암학회 회원들의 의지와 관심이 가장 잘 반영된 ‘다학제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을 통한 다이나믹한 정기 학술대회가 될 것이다. 만약 학회의 회원 구조를 바꿀 게 아니라면, 회칙에도 명시되어 있는 “관련학회, 협회 및 단체 등과 협력 및 제휴”를 강화하여 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지 않을까? 점점 유방암에는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하니, 이제 10년 남짓 지나온 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를 생각하며, 한국유방암학회의 지난 20년과 그리고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