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기

글 |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한애리

안녕하십니까,
연세대학교 원주의대 외과학교실에서 유방외과를 담당하고 있는 한애리입니다.
2016년 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약 2년 6개월간 해외연수를 다녀온 제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연세대학교 원주의대 외과학교실에서 유방외과를 담당하고 있는 한애리입니다.
2016년 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약 2년 6개월간 해외연수를 다녀온 제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연세의대 백순명교수님의 추천으로 Baylor College of Medicine(BCM), Houston, TX 에 있는 Dr. Matthew Ellis 밑으로 연수를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게 된 BCM은 Dallas, TX 근방의 Baylor University로부터 완전 독립되어 있는 별개의 단과대학으로 텍사스 주에서 제일 먼저 세워진 의과대학입니다. 독립과정에서 Dallas에 있는 병원(Hospital)은 오지 않아 현재 Houston에는 외래병원(Clinic)만 있습니다. Methodist Hospital, St.Luke hospital 등과 협약을 맺어 입원환자를 보고 있으며 이런 의료체계가 우리나라에서는 익숙치 않아 생소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Dr. Ellis는 종양내과 의사이며 여러 분야에서 훌륭한 논문을 왕성하게 발표하고 계신 분으로 순환종양세포(circulating tumor cell)에 관한 논문(NEJM 2004), Comprehensive molecular portraits of human breast tumor (Nature 2012), Patients Derived Xenografts(PDXs) 연구를 통해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 재발 및 전이의 기전으로 ESR1의 중요성을 재발견하였던 논문(Cell Report 2013) 등이 유명합니다. Dr. Ellis의 알려진 논문을 읽고 간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BCM은 우리나라 의학계에서는 흉부외과의사인 Dr. DeBakey (1908-2008)가 유명하고 유방학쪽으로는 San Antonio Breast Cancer Symposium 의 Director 인 Dr.C.Kent Osborne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해마다 시차 적응을 못해 졸면서 깨면서 들었던 학회를 졸지는 않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만 역시 내용이 어려워서 못 알아 들었던 것임을 절실히 깨닫기도 했습니다.

저의 경우 연수 기관이 정해지고 나서 보니 Houston, TX 였습니다. 휴스턴이라고는 “Houston, we have a problem” 이나 휘트니 휴스턴(그나마도 관계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정도밖에 모르고 있었으니 크리스마스에도 에어컨을 틀거나, Hurricane Harvey가 와서 도시를 쓸어버리기도 하고, 집채만한 모기가 들판을 종횡무진 휩쓸고 다닐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갔었습니다. 막상 가서 살아보니 그럭저럭 살 만도 했었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모든 선생님들께 연수의 목표가 있으셨던 것처럼 저 역시 목표를 가지고 떠났습니다. 첫째는 의과대학에서 근무하는 제게 가장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임상의로서는 일한 시간이 길어 재능과 관계없이 경험치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있는 상태였습니다만 의학을 학문으로 공부한 시간이 짧아 늘 아쉬웠던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파이펫도 잡아보고 웨스턴도 해보면서 기초연구에 대한 경험을 쌓기로 했습니다. 둘째는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자는 것이었습니다. 평일 저녁시간은 너무 잦은 회식과 밀린 업무로, 주말까지도 각종 학회 및 행사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너무 부족 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나니 연수생활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 크게 고민할 일이 없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목표의 수준도 높지않아 후회나 아쉬움도 적었습니다. 

먼저 기초 의학에 관한 연수는 같은 연구실에 있었던 김범준박사님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94학번) 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걸음마를 떼지도 못했던 제게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주신 분이고 연수생활의 여러 난관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요령도 많이 알려주셨습니다. 김범준박사님은 Proteomics 에 관한 연구를 하고 계시며 덕분에 저도 proteomics를 접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또한 먼저 적극적으로 연구주제를 정해서 Dr.Ellis와 계속 상의를 하라는 훌륭한 조언 덕분에 “Proteomic analysis of conserved kinases between PDX tumors and corresponding PDX-derived cell lines could help adequately selecting kinases inhibitors for individual tumor of origin” 이라는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에 한국에 와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연구 환경이나 그에 따른 실적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몸소 느끼고 나니 연구뿐 만 아니라 진료, 교육 등 의과대학 교원에게 요구되는 각종 분야에서의 활동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될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와 시간보내기는 충실히 지키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미국 직장생활에서의 회식은 team building의 일환으로 보고 업무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평일 업무시간에 하는 것이 원칙이며 금요일 오후 happy hour가 있는 bar 정도에서 가볍게 한 두잔씩 마시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참하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참석에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team building에 목표를 두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식의 목표는 무엇이고 그 목표가 잘 달성되고 있는 걸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공적인 만남은 거의 대부분 평일 낮 시간에 이루어지고 저녁시간이나 주말은 개인적인 connection을 쌓아나가는 시간입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connection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므로 저녁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서 소중히 쌓아야겠지만 돌아올 제게는 아이와의 connection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표를 삼았으니 저녁시간은 무조건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아이의 생각과 꿈이 자라는 것을 옆에서 보는 것은 저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이런 기회를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2년반이라는 짧지않은 연수를 허락해 주셨던 연세 원주의대 여러선생님들과 외과학 교실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좋은 윗사람을 소개시켜 주셨던 연세의대 백순명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이며 지구의 반대편에서 날아온 무명의사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던 Dr. Ellis 및 연구실 여러 연구자들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특히 첫걸음부터 함께 해주셨던 김범준박사님께는 그 어떤 말로도 감사의 말씀을 다할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여러 인과 연이 있겠지만 이번 연수를 통해 쌓았던 휴스턴에서의 여러 인연들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못난 주치의가 공부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셨던 여러 환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