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지적 풍요를 위한 책 한권. <김상욱의 과학공부>

글 |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병리과 김민석

2018년도 석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동안 책 많이 읽으셨나요? 어떤 책이 가장 감명 깊으셨나요? 저는 과학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인기도서 목록을 뒤져보았습니다. 2017년 과학 인기도서는 1위가 코스모스, 2위가 이기적 유전자였습니다. 과학 분야에서 1위와 2위지만 전체 순위에서는 98위와 100위였습니다. 과학책은 별로 인기가 없는 모양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올해뿐 아니라 작년, 재작년에도 코스모스와 이기적 유전자가 1, 2위였다는 점입니다. 2014년 이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코스모스는 지금부터 36년 전인 1980년에 나온 책입니다. 코스모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는 40년 전인 1976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과학기술은 지난 3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하였습니다. 지금 널리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 컴퓨터, 휴대전화 등은 코스모스나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되던 시절에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쏟아지는 신제품을 보면서 기술의 발전을 느끼지만, 그 바탕이 되는 과학적 원리는 전혀 모릅니다. 원리는커녕 사용법을 익히기도 힘든 지경입니다. 

과연 과학을 모르고 살아도 될까요? 살 수는 있겠지만 답답합니다. 과학을 모르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답변이 어려울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소 안전한가? 유전자변형 식품 먹어도 되는가? 인공지능 우리 삶에 도움이 될 것인가? 태아 유전자 조작해도 괜찮은가? 등등.
병리학을 전공한 저는 과학자 중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물리나 화학 등 다른 과학 분야는 거의 모릅니다. 100년 전에 나온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나 양자역학 등에 관해서 들어 본 적은 있지만, 내용은 전혀 모릅니다. 알고 싶어도 공부할 방법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소개할 책이 “김상욱의 과학공부”입니다. 저자는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입니다. 지난달 김상욱 교수의 강연을 들어봤습니다. 강연 서두에 “과학을 널리 알릴수록 사회에 과학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을 것이고, 그러면 이 세상이 좀 더 살 만한 곳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김 교수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연이 귀에 쏙쏙 들어왔는데 책도 잘 읽힙니다. 책에 담은 글이 신문이나 잡지의 칼럼에 썼던 글이라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입니다.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문학, 사회, 역사, 정치, 윤리를 이야기합니다. 과학적 영감에서 철학적 통찰을 이끌어내고, 과학에서 삶의 해답을 찾아 나갑니다. 두꺼운 교과서 속에 꼭꼭 숨어 있던 과학을 바로 우리 코앞에 가져다줍니다. 책을 열고 한 꼭지 한 꼭지 읽다 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의 이치가 마치 비밀의 서랍처럼 하나씩 열리면서 여러 번 무릎을 치게 됩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멋진 책을 쓰신 한양대 정재찬 교수의 추천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원래 자연이 시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심지어 리드미컬한데다가 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그 외피 속에 감춰진 비밀을 찾아 나서는 과학적 여정 또한 시보다 더 큰 상상력과 창의력을 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동안 그 설명이 더럽게 재미없고 난해했을 뿐이다. 이 책이 나옴으로써 이제 시는 폭삭 망하게 생겼다. 그 대신 시는 비로소 자신을 이해해주는 엄청난 친구를 곁에 두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