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칼럼 1편 - 기네스

글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배상준

1997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교 졸업하고 세브란스 병원 전공의를 거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에서 일하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외과의사임에도 “낭만닥터SJ“라는 닉네임으로 맥주, 문화, 건강에 대한 칼럼을 쓰고 “맥주 마시며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대학과 기업에서 강연하는 유쾌한 아저씨다. 어딜 봐도 건장한 사람인데 몸이 약해 맥주를 좋아한다고 우기는 그는 시간을 쪼개 맥주 여행을 다닌다. 저서로는 <독일에 맥주 마시러 가자> 가 있다.

핑크레터 가을호를 시작으로 배상준 선생님이 전하는 맥주이야기 4부가 연재될 예정이다.  

기네스(Guinness) 스토어하우스, 더블린

저는 몸이 약해서 맥주를 좋아합니다. 어느 날 맥주를 마시고 병원에서 집까지 대리 운전을 불렀습니다. 낯익은 기사님이 오셨습니다. “제가 언제 대리 했었죠?” 라고 질문하니, 씨익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선생님, 저 지난 주 퇴원했잖아요~~” 대리 기사 분은 10일 전 제게 수술 받은 환자였습니다. 브레이크 밟을 때마다 배를 잡고 신음을 하길래 몸보신 하시라고 2만원을 더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맥주”는 훌륭한 문화 콘텐츠입니다. 맥주를 핑계로 역사와 문화를 공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학회에 참석하시면 공부만 하지 마시고 한나절 시간을 빼서 그 도시를 대표하는 맥주 공장(brewery)을 방문할 것을 추천합니다. 맥주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흥미진진한 문화 체험이기 때문입니다. 방문해 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칼럼의 첫 번째 방문지는 아일랜드 더블린입니다. 700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 19세기 중반에 있었던 대기근으로 800만 인구 중 100만 명이 굶어 죽고 100만 명이 이민을 가야만 했던 행복하지 않은 시기가 더 많았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살기 좋은 부유한 나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동양의 아일랜드” 라고 표현합니다. 칭찬인지 욕인지 애매하여 기분이 마냥 좋진 않습니다. 아일랜드(정식 명칭은 아일랜드 공화국)의 수도는 더블린입니다. 더블린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 한 곳이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입니다. 더블린의 맥주 업자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가 9000년 동안 임대한 이곳에서 자기 이름을 붙인 기네스 맥주를 생산합니다. 1759년의 일입니다. 그래서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에 걸린 시계는 창업 년도를 기념하여 17시 59분을 가리킨 채 멈춰 있습니다. 

입장권은 2종류입니다. 일반 투어 와 전문가 투어(connoisseur tour)입니다. 가급적 가성비 훌륭한 전문가 투어를 추천합니다. 기네스에서 생산되는 4종의 맥주를 자세한 설명과 함께 테이스팅할 수 있습니다. 직접 기네스를 따르는 체험도 가능합니다. 기네스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는 120초 동안 천천히 따라야 합니다. 그들이 강조하는 perfect pint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꼭대기 층에 올라가 더블린을 가로지르는 리피강의 전망을 보며 마시는 기네스 한 잔도 기네스 스토어하우스를 다시 오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전망대 유리창을 통해 하늘을 보며 잔을 든 팔을 쭉 뻗어 구름을 담아 마실 수도 있습니다.

기네스 맥주를 처음 마시는 이들은 “어라? 왜 이리 김빠진 맥주를 미지근하게 주지?”라고 당황스러워합니다. 기네스 뿐 아니라, 영국/아일랜드 맥주의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탄산이 많이 들어간 라거 맥주에 익숙한 우리에게 기네스의 밍밍함은 마치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본 사람이 느끼는 밍밍함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평양냉면을 먹다 보면 그 밍밍함을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기네스의 밍밍함도 어느 순간 기분 좋은 부드러움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기네스를 부드럽게 느끼게 해 주는 또 다른 비결은 질소입니다. 탄산만 들어 있는 다른 맥주와 달리, 기네스 드래프트 맥주에는 75%의 질소와 25%의 탄산이 들어 있습니다. 질소가 기네스 거품을 생크림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제가 방문했던 더블린의 7월은 생각보다 춥습니다. 반팔을 입은 채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불편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기네스를 마시기에는 딱 좋은 온도입니다. 더블린에서 개최되는 학회에 참가한다면 기네스 스토어하우스를 꼭 한번 방문할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