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의 인물 - 국립암센터 원장 이은숙

글 | 국립암센터 원장 이은숙

이은숙 원장은 치료부터 재건까지 책임지는 훌륭한 외과의이자 담대함과 섬세함을 두루 갖춘 탁월한 리더십으로 최초의 여성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활약 중이다. 여성 외과의가 많지 않던 시절부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며 많은 이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이은숙 원장을 인터뷰했다. 

INTERVIEW

‘최초’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이 떠오르는 분이신데요, ‘처음’이라는 건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선택 하나 하나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인생에서 가장 좋은 선택과 다시 돌아가면 다른 길을 가보고 싶은 선택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결단이 빠르고, 후회가 짧은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직면했던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길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고고학자가 꿈인 시절도 있었고, 남자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만, 지금 제가 가고 있는 길이 제게 가장 잘 맞는 길인 것 같습니다.

환자를 만나면 큰 소리로 “잘 지내셨어요?”하며 웃으며 반겨주시고, 세심하지만 평온하게 설명해서 불안이 심한 환자도 안정을 찾고 병원을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환자를 대할 때, 의사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떤 게 있나요? 외래에서는 유방암 전문의로서 환자의 마음을 잘 읽고 소통하는 섬세한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환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한 환자분을 5~10년씩 볼 때도 있다 보니 이런저런 상담을 다 해드리게 될 때도 있죠. 제가 먼저 가까이 다가가면 환자들의 불안도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이게 결국 환자의 예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성형외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치료부터 재건까지 유방암 수술의 모든 분야를 직접 다루는 대표적인 외과의사이자 이 분야의 선구자이신데요, 수많은 신약이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유방암 분야에서 외과의의 바람직한 역할 혹은 지향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외과의에게 많은 역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본에 가장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새로운 연구, 치료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저 역시 유방암 수술을 하면서 이미 우뚝 서 있는 선배들을 쫓아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여성인 내가 여성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재건을 해보자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외과의로서 차별 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세상이 워낙 빨리 바뀌고 있어 의료나 수술도 많은 부분을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을 잘 읽고, 무엇보다 ‘열린 마음’과 ‘배우는 자세’를 끝까지 견지한다면, 외과의로서 유방암 전문의로서 수행해야 할 롤이 분명있을 겁니다.

조직을 총괄하는 장으로서 수개월을 보내셨습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여러 이슈들을 다루며 이전과 다른 경험도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학회 회원들과 나누고 싶은 경험이나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작년 11월에 취임한 이후, 1년 조금 못되게 기관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이 중요하고, 가장 어렵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합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진료든, 경영이든 결국 사람과 사람 간에 일어나는 일이잖습니까.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와 공감, 커뮤니케이션 스킬 같은 것들이 참 중요하고 이런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또한, 조직이 커질수록 그 속의 이해관계 역시 다양해지기 때문에 원칙을 잘 지키고, 스스로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바쁜 업무로 몸도 마음도 피곤한 날이 많을 텐데요,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선생님의 비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다만, 내 힘으로 해결 안 되는 것은 별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합니다. 소위 말하는 쿨함과 열정을 동시에 갖추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경험상 내 힘으로 해결 안 되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결혼과 출산, 육아의 모든 과정을 다 겪으시면서도 지금의 커리어를 이루셨습니다. ‘여성’으로서의 고민이 있는 후배들에게, ‘여성’ 외과의를 동료 혹은 제자로 두고 있는 ‘남성’ 의사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가사와 육아, 일과 가정의 양립은 어려운 일임은 틀림없습니다. 저도 시어머니를 비롯한 주변의 분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여건이 많이 좋아져서 많은 후배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똘똘하게 잘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나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 판단하고, 그대로 행한 결과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어떤 땐 일에, 어떤 땐 가정에 우선순위를 두었다면, 그로 인해 잃고 얻어지는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워낙 여성 후배, 여자 의사들이 많아져서 ‘어, 여자네’ 내지는 ‘여자의사’ 이런 느낌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여성, 남성을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유방암학회 발전을 위한 한 마디>를 부탁드립니다. 학회의 학술적 발전뿐 아니라 함께 소통하는 문화가 참 좋습니다. 지금처럼 함께 어우러지고 화합하는 문화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할 것입니다.

이은숙 원장은 치료부터 재건까지 책임지는 훌륭한 외과의이자 담대함과 섬세함을 두루 갖춘 탁월한 리더십으로 최초의 여성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활약 중이다. 여성 외과의가 많지 않던 시절부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며 많은 이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이은숙 원장을 인터뷰했다. 

INTERVIEW

‘최초’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이 떠오르는 분이신데요, ‘처음’이라는 건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선택 하나 하나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선택과 다시 돌아가면 다른 길을 가보고 싶은 선택이 있다면 어떤 것들 이 있을까요?
결단이 빠르고, 후회가 짧은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직면했던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길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고고학자가 꿈인 시절도 있었고, 남자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만, 지금 제가 가고 있는 길이 제게 가장 잘 맞는 길인 것 같습니다.

환자를 만나면 큰 소리로 “잘 지내셨어요?”하며 웃으며 반겨주시고, 세심하지만 평온하게 설명해서 불안이 심한 환자도 안정을 찾고 병원을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환자를 대할 때, 의사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떤 게 있나요?

외래에서는 유방암 전문의로서 환자의 마음을 잘 읽고 소통하는 섬세한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환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한 환자분을 5~10년씩 볼 때도 있다 보니 이런저런 상담을 다 해드리게 될 때도 있죠. 제가 먼저 가까이 다가가면 환자들의 불안도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이게 결국 환자의 예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성형외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치료부터 재건까지 유방암 수술의 모든 분야를 직접 다루는 대표적인 외과의사이자 이 분야의 선구자이신데요, 수많은 신약이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유방암 분야에서 외과의의 바람직한 역할 혹은 지향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외과의에게 많은 역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본에 가장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새로운 연구, 치료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저 역시 유방암 수술을 하면서 이미 우뚝 서 있는 선배들을 쫓아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여성인 내가 여성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재건을 해보자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외과의로서 차별 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세상이 워낙 빨리 바뀌고 있어 의료나 수술도 많은 부분을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을 잘 읽고, 무엇보다 ‘열린 마음’과 ‘배우는 자세’를 끝까지 견지한다면, 외과의로서 유방암 전문의로서 수행해야 할 롤이 분명있을 겁니다.

조직을 총괄하는 위치에 계신지 몇 년이 흘렀습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여러 이슈들을 다루며 이전과 다른 경험도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학회 회원들과 나누고 싶은 경험이나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작년 11월에 취임한 이후, 1년 조금 못되게 기관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이 중요하고, 가장 어렵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합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진료든, 경영이든 결국 사람과 사람 간에 일어나는 일이잖습니까.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와 공감, 커뮤니케이션 스킬 같은 것들이 참 중요하고 이런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또한, 조직이 커질수록 그 속의 이해관계 역시 다양해지기 때문에 원칙을 잘 지키고, 스스로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바쁜 업무로 몸도 마음도 피곤한 날이 많을 텐데요,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선생님의 비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다만, 내 힘으로 해결 안 되는 것은 별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합니다. 소위 말하는 쿨함과 열정을 동시에 갖추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경험상 내 힘으로 해결 안 되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결혼과 출산, 육아의 모든 과정을 다 겪으시면서도 지금의 커리어를 이루셨습니다. 가정에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혹은 그들을 동료로 두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가사와 육아, 일과 가정의 양립은 어려운 일임은 틀림없습니다. 저도 시어머니를 비롯한 주변의 분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여건이 많이 좋아져서 많은 후배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똘똘하게 잘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나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 판단하고, 그대로 행한 결과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어떤 땐 일에, 어떤 땐 가정에 우선순위를 두었다면, 그로 인해 잃고 얻어지는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워낙 여성 후배, 여자 의사들이 많아져서 ‘어, 여자네’ 내지는 ‘여자의사’ 이런 느낌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여성, 남성을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유방암학회 발전을 위한 한 마디>를 부탁드립니다.

학회의 학술적 발전뿐 아니라 함께 소통하는 문화가 참 좋습니다. 지금처럼 함께 어우러지고 화합하는 문화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