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이 길고 뜨거워 재난 같았던 한여름이 지나고 

십 년 만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듯 반갑기 짝이 없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아침저녁 우리를 맞는다. 

  

“아휴~ 너무 더운데 어찌 지내셨어요”가 인사의 시작이던 내게 어느 환자가 말한다. 

“선생님, 저는 약 먹으면서부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 더위를 겪는데요 뭐” 

“그저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요. 벌써 3년이나 지났잖아요” 

  

이 혹독한 여름을 지나며 순하기만 했던 그동안의 계절이 새삼스레 감사하듯 

하루에도 몇 번씩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잃는 사람들에겐 ‘특별할 것 없음’이 기다림의 대상이고, 감사의 조건이 된다. 

평범한 일상을 기다리는 사람과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는 사람들이 축제로 만나는 계절, 가을. 

  

이번 가을호는 사회적 역할을 하는 학회에 대한 시선, 오랜 시간 이어진 핑크리본 캠페인의 발자취와 함께 탁월한 리더십으로 최초의 여성 국립암센터 병원장으로 활약 중인 이은숙 선생의 인터뷰를 담았다. 가까운 이웃 일본 유방암 학회 참관기와 모두의 노력으로 완성된 ASTRAA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그리고, 짧은 가을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깊이 있는 맥주칼럼과 지적 충만감을 느끼게 해 줄 멋진 책 소개 글까지… 

  

예쁜 보자기에 선물을 담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글을 담았다. 

  

행복하고 평범한 좋은 가을이 되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