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kman Laser Institute (BLI) 연수기

글 | 단국대학교병원 외과 민준원

제가 작년 여름 UC-Irvine으로 연수를 가게 되었고, 그 중 Beckman laser Institute (BLI) 로 간다고 하면 조금은 놀라시던 선생님들이 기억이 납니다. UC-Irvine은 유방암학회 회원 분들에게는 조금 낯설고, 특히 레이져 연구소는 우리 회원 분들에게 많이 낯선 연수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작년 여름 UC-Irvine으로 연수를 가게 되었고, 그 중 Beckman laser Institute (BLI) 로 간다고 하면 조금은 놀라시던 선생님들이 기억이 납니다. UC-Irvine은 유방암학회 회원 분들에게는 조금 낯설고, 특히 레이져 연구소는 우리 회원 분들에게 많이 낯선 연수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연수 준비

임상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연수라는 것은 대부분 평생에 한 번 주어지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수 장소를 정할 때 자신의 목표와 주어진 환경 등 여러 가지를 세심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며 최근에 점점 연수가 어려워지는 분위기에서는 수년에 걸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내와 같은 시기에 연수가 뒤늦게 결정되면서 조금은 급하게 UC-Irvine 을 선택하였습니다. 다행히 Beckman laser Institute와 본원 유방 클리닉에서 이전부터 진행해 왔던 공통 연구 과제가 있었고, 제가 근무하고 있는 단국대학교에 Beckman laser Institute Korea가 설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늦었던 연수 결정과 비교하면, 연수 전 과정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선생님께서 DS2019 서류가 늦게 와서 고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과정은 다행히 수월하게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는 DS2019 서류는 6월 초에 받아 마음고생 없이 7월 중순에 마지막 과정인 비자 인터뷰를 끝마쳤습니다. 작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졌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었고, 앞에서 몇 분이 노란 딱지를 받아 가는 것을 보고 조금은 긴장이 되었지만, 사소한 질문 (왜 아내랑 같은 직장에 있으면서 또 같은 곳으로 연수를 가느냐?)만 몇 가지 받고 인터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정착 준비

연수를 먼저 다녀오신 선생님들과 이야기 하면 정착 과정 3개월에 돌아갈 준비 3개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연수 기간은 길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연수 전 “꼼꼼 여의사의 가족 동반 미국 연수 무조건 따라 하기” 책을 사고, Missy USA 카페에 가입하여 많은 글을 정독하면서 나름 준비를 하였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데 1달의 시간은 필요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집, 차, 운전면허증, 가스, 수도와 전기, 아이들 학교 정도일 것입니다. 대부분 연수 가시는 선생님들은 집을 먼저 알아보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Irvine 지역은 Irvine company라는 부동산 회사에서 대부분 집을 다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만 하루면 집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8월 24일 어바인에 도착하여 8월 25일 집을 계약하고 8월 26일 이사를 하였으니 위험 부담 없이 오셔서 직접 집을 보고 계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 DMV (Department of Motor vehicles)입니다. 캘리포니아는 몇몇 다른 주와 달리 한국 면허증을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시험을 보고 캘리포니아 면허증을 다시 따야 합니다.

 

말 그대로 기다림의 미학이 있는 곳입니다. 필기시험을 5시간 이상 기다려서 보았고, 실기 시험은 집 근처 가까운 곳 예약이 1달이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지속적인 검색으로 3주 만에 시험 후 겨우 합격하였습니다. 문제는 플라스틱 면허증이 나오는 데 4개월이 걸렸다는 점입니다. 다른 선생님은 한국으로 떠나기 한 달 전에 나왔다고 하니 저는 그나마 다행이었던 거 같습니다. 최근에 캘리포니아도 한국 면허증 인정을 위한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 봅니다. 그 외에 가스, 전기 등의 공공재와 아이들 학교는 Irvine 이라는 지역이 한국 사람이 넘쳐 나는 곳으로 여러 사람을 도움을 받아 쉽게 처리하였습니다. 처음 정착 당시에 어떻게든 아이들 학교 빨리 보내고 빨리 서류 작업을 끝마치기 위해 시차도 적응이 안 된 상태로 온종일 돌아다니다 보니 체중이 쭉쭉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나성시 얼바구를 소개합니다

우리가 LA를 나성시라고 부르는 이유는 워낙 한국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Irvine은 나성시 얼바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사람이 많고 아시아인이 많은 지역입니다. 둘째 아이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운동장에 있는 아이들 사진을 찍어서 부모님에게 보내 드렸더니, 한국에서 찍은 사진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머리카락 색이 노란 아이들이 드뭅니다. 또, 첫째 아이가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홈페이지를 보면 999명 중에 아시안 계열이 658명이니 얼마나 이 지역에 아시아인이 많은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연수 온 기분이 안 든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적고, 생활이 편리하고, 이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지만, 교육열이 높은 도시입니다. 1시간 거리 샌디에이고에서 주말에 Irvine 학원을 오고 간다고 하니 Irvine 교육열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바인에 아시아 사람들이 몰리게 된 이유는 도시가 안전하고 생활하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온 지 9개월 남짓 된 지금까지 어바인 지역에서 그 유명한 미국 노숙자를 보지 못 했고, 사이렌 3종 셋트(경찰차, 소방차, 구급차)를 잘 듣지 못할 정도로 안전한 동네입니다. 또한, 1년 중에 비가 오는 날이 적고, 겨울에도 기온이 10도에서 15도 정도로 생활하기 쾌적합니다. 실제 기사를 보면 2018년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8위에 Irvine이 선정되었습니다. 물론, 여기 현지 선생님들은 여름을 겪어 보고 날씨 좋다고 이야기하라고 하는데 8월 말과 9월을 지내보았을 때 기온은 높지만 건조하여 우리나라 여름보다 생활하기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항상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미세 먼지로 고생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LA가 있고, 밑으로 1시간 거리에는 샌디에이고, 서쪽으로는 유명한 바닷가(라구나비치, 헌팅턴비치, 롱비치)가 위치해 있어 여행하기 좋은 동네입니다. 물론 너무 많은 아시아 사람 비율과 비싼 집값과 물가는 단점입니다. 

연수 생활

 

UC-Irvine은 미국 주립대학 중 5번째 큰 캠퍼스를 가지고 있으며, 재학생 수는 학사 29,307명, 석사 5,935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950년대 이후 캘리포니아 지역 개발이 확대되면서 더 많은 대학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1965년 UC-Irvine 캠퍼스가 설립되었는데, 이름에 들어간 Irvine은 도시 이름에서 온 것이 아니라 학교 부지를 기증한 부동산 회사 Irvine company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 후에 1971년 오히려 늦게 Irvine시가 공식적으로 출범되었으니, Irvine company 회사의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생활해 보면 Irvine 시와 UC-Irvine은 Irvine company 라는 회사의 관리를 받아 운영되는 계획도시, 대학교라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UC-Irvine 산하에 있는 Beckman laser Institute and Medical clinic (BLI)는 Arnold O. Beckman 박사와Michael W. Berns 박사에 의해 1982년 처음 설립되어 1986년 6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BLI는 제 PI인 Bruce J. Tromberg가 director로 있으며 37,000 square foot에 방대한 시설과 병원을 갖추고 풍부한 잠재력을 가진 의학용 레이저 개발과 의공학적 적용을 위한 광학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주로 참여하는 연구는 diffuse optical spectroscopic imaging (DOSI, 확산광분광 영상)에 관한 것입니다. DOSI는 600~1000 nm의 적색 및 근적외선의 빛을 이용하여 생체내의 광학적 특성을 센티미터 두께 정도까지 분석할 수 있고, 조직 내에 존재하는 혈색소, 물, 지방, 포피린(porphyrins), 시토크롬(cytochromes)과 같은 분자가 적색 및 근적외선 영역의 빛을 흡수하여 영상의 대비(contrast)를 만들게 됩니다. 이를 이용하여 종양의 특성과 변화를 파악할 수 있어, 초음파 등과 같이 진행하였을 때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고, 수술 전 항암을 시행할 때 측정하면 항암 반응성을 일찍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재 BLI에 연수 오신 한국 선생님들은 총 6분이 있고, 의학 관련에서 오신 선생님들 4분, 공학 관련 선생님들이 2분 있습니다. 의학 관련 선생님들은 주로 동물 실험을 하게 됩니다. 점심 시간에는 한국 선생님들이랑 여유 있는 점심 식사를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족들과 같이 만나 바베큐 파티를 즐기고 있습니다. BLI 연구소는 연수 온 선생님들에게 1인 1실은 아니지만 4명이 같이 쓰는 연구실을 배정해 주기 때문에 나름 쾌적한 연수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일상 생활

연수 오셨던 많은 선생님이 연수의 좋은 점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저녁이 있는 삶”입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오랜 시간 같이 보내는 것이 서로 적응이 안 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친밀함이 깊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연수에서 여유로운 삶을 기대하게 되는데, 아이들 등하교 픽업과 우리 부부의 출퇴근, 아이들 운동이나 클럽 활동 픽업 등을 하게 되면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생각보다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9개월 정도 생활하면서 가장 낯선 점은 팁 문화와 기부 문화입니다. 외식을 하게 되면 15~20%가량 팁을 줘야 한다는 것이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고, 배달을 시켜도 배달비 5불 가량에 팁을 더해 주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기부 문화는 더 생소한데, 거의 매주 학교에서 기부를 독려하는 메일이 오고, 기부를 많이 하는 학생에게는 식사 쿠폰이나 숙제 면제권 등을 주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스승의 날에 선물이 절대 금지 되어 있고, 카네이션을 주는 것도 쉽지 않은 데에 비해 여기서는 선생님들이 선물을 받기 원하는 기프트 카드 브랜드 등이 아예 가정통신문으로 오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런 문화가 기부가 아이들 차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을 까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합니다. 

 

이제 연수가 남은 시기는 3개월입니다.
흔하게 이야기 하는 마무리 단계인 것 같습니다.
남은 3개월 동안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가겠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시고, 제가 없는 기간에 고생하고 계신 남궁환 과장님, 장명철 교수님, 김의태 교수님께 지면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