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에 대처하는 한국유방암학회

글 | 삼성서울병원 채병주

2020년 하얀 쥐의 해를 힘차게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의 현실 속으로 다가온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전세계적인 확산은 우리의 일상을 갑작스럽게 너무나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처음에는 그 동안 우리가 겪어왔던 유행성 독감, SARS, MERS 사태에 대한 경험으로 사태의 추이를 판단하고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나 COVID-19은 기존의 바이러스 감염증과는 새로운 면모를 보이며 너무나도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COVID-19 사태로 이미 수많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변화들이 진행 중이며 그 중 개인의 일상에서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인간관계의 제한에서 기인하는 것들과 이동 특히 국가 간의 이동제한에서 기인하는 변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많은 석학들과 인문학자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처, 뉴노멀에 대해 논하는 지금, 저를 포함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개인들이 그 동안 평범한 일상 속에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이 시점에 우리의 한국유방암학회 또한 현재 겪고있는 또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학회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모아야 할 때이기에 마침 핑크레터에서 본 주제에 대한 원고를 의뢰 받아 저의 짧은 소견을 몇 자 적어봅니다.

먼저, 학회는 지난 4월 개최 예정이었던 제 10회 GBCC(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의 개최 취소라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작년 한국유방암학회 20주년 기념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이어서 세계 각국의 유방암 관련 학회 및 유명인사들을 초대하였고 그 어느 때보다 알찬 학술 프로그램으로 10th anniversary GBCC 행사를 기획하여 90%이상의 준비를 완료하였으나 개최 직전 확산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하반기로의 행사 연기와 취소에 대해 고심하였고 당시 많은 국내의 타 학회에서는 하반기 연기를 결정하였으나 GBCC의 경우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 학술 대회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로 커졌기에 행사장의 확정 및 재연기 결정시의 혼란을 감안하여 논의를 거듭한 끝에 올 해 안에 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포기하고 내년에 개최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GBCC 뿐만 아니라 한국유방암학회의 연중 주요 행사인 항암요법 심포지엄 또한 하반기로의 연기가 결정되었고 추계유방암학회도 10월 24일 개최를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기존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오프라인 학술행사의 형태로 개최를 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 상황에서 국내외 타 학술행사 개최의 변화를 살펴보면 ASCO, AACR 등의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었으며, 하반기로 연기된 EBCC와 매년 12월 개최되는 San Antonio Breast Cancer Symposium 역시 온라인으로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국내학술대회의 현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6월말까지 학술대회를 실제로 진행한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일부 학술대회만 온라인으로 개최되었고, 비교적 큰 규모의(1700명 사전등록, 첫날 오전 현장 참가자 900여명) 대한심장학회 순환기통합학술대회가 7월 초 경주 화벡컨벤션센터에서 하이브리드 방식(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오프라인 학술행사를 진행하고 강의발표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개최하였다는 소식을 알려 향후 다수의 학술행사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COVID-19 대응의 일선에 있는 의료진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학 학술대회의 전통적 방식인 오프라인 개최는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술대회의 목적이 단순한 의학 지식 전달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온라인 학회만으로 진행될 경우 인적, 학술적 교류활동 침체로 인한 장기적 손실이 클 것이라는 반대의견도 팽팽합니다. 특히, 가족 같은 분위기의 친목이 강점이며 이를 토대로 그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온 한국유방암학회의 경우 더더욱 손실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상반기 동안 학술행사들이 진행되지 않으며 온라인 학술행사를 위한 정부 및 의학회의 제도적 장치들은 어느 정도 마련이 되었고 언택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테크놀로지는 급속도로 우리 생활 속에 이미 적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각 학회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향후 운영의 방향을 결정해야할 시기입니다.

현재까지의 최선으로 생각되는 방안은 각 병원 별 지침에 따라 연자 좌장, 패널이 아닌 경우 학회 참석이 불가한 회원들도 존재하므로 대한감염학회 및 의학회의 방역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입장관리 체계 및 학회장 주변 관리, 진행요원 관리, 회원참석자 예방수칙 및 전시업체 직원관리 지침을 마련하여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추계유방암학회를 개최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보완책을 마련하여 차기 GBCC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GBCC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COVID-19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해외연자 및 참석자의 참여가 어려워 기존에 학회가 기대했던 국제적 학술 및 인적교류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욱이 아직은 GBCC가 ASCO, SABCS, St. Gallen Breast Conference 만큼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고 online으로라도 꼭 참석해야할만한 contents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GBCC를 통해 한국유방암학회가 이루어낸 나름의 많은 성과들이 있고 많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온 만큼, 학회 운영진 및 회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 국내 회원들 간의 친목과 학술교류라는 내부적인 목표와 국제교류 및 외연확대라는 외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면 코로나 시대 이후에 한단계 더 발전된 한국유방암학회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모쪼록 모든 회원들이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추계유방암학회에서 조우할 수 있도록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