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코로나 관련 단상

글 |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진료부장 외과 김진환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진료부장 외과 김진환 2020년 02월 21일 오전 8시에 전체 교수회의가 있다는 문자가 갑자기 날라왔다. 무슨 일일까? 모든 교수들이 궁금해하며 하나둘씩 교수회의실에 모였다. 원장님의 단순 명료한 말씀이 있었다. 대구에 코로나19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고 이들을 수용할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라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전체를 감염 전담 병원으로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폭발적인 환자 증가로 인한 병상 부족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입원을 하지 못하고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대학병원 응급실이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는 상황에서 어디선가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었지만 갑작스러운 통보에 모두들 당황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중증도 여부 따라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으로 전원하거나 인근 타병원으로 전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금일까지 병원을 소개하였다. 성서에 위치하고 있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대구동산병원과 같은 의료원 소속이라 중증 환자들을 조건 없이 받아주었다. 이렇게 전원이 이루어지는 사이 대구동산병원 별관에서는 비상대책본부가 살림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틀 동안 모든 직원들이 정신없이 병원 전체를 소개하고 개인 짐들을 옮기는 작업을 시행하였다.
2020년 02월 21일 3명의 환자가 그리고 다음날 51명의 환자가 입원하였다. 

처음 환자를 받을 때만해도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진료부장이며 외과 전문의인 나와 감염내과 전문의, 소화기내과 전문의 이렇게 고작 3명에 불과했다. 다른 내과 교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3명의 내과 교수들이 합류했다. 그러나 하루 70-80명씩 입원하는 환자들을 진료하기에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벅찬 것이 사실이었다. 모든 부서들이 기본적인 체계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고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은 계속 입원하였다.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기존 병실이 부족하게 되었고 부족한 병실은 시설팀 직원들이 들어가 사용 가능하게 공사를 시행하였다. 대구동산병원은 이전 1000병상 정도를 운영하였기 때문에 공간은 확보된 상태였고 부족한 병실은 공사를 통해 늘여 나갔다. 최고 454병상까지 병상을 갖추게 되었고 이러는 중에 각과 교수들도 하나둘씩 코로나19 진료 대책반이 있는 대구동산병원으로 복귀하였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너무나 많은 분들이 지원을 와주셨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많은 자원 봉사자분들과 주저 없이 각자의 파트에 지원해주신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된다. 

처음 대구시에서 이야기하기로는, 본원에는 경증 환자만 입원하고 외부에서 산소를 투여해야 하는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전원 한다고 했다. 그러나 초기부터 입원한 환자들 중 호흡 곤란을 호소하고 산소를 쓰는 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그 중 중증 환자들은 선별하여 대학병원으로 전원 하였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힘들게 되었고 결국 전원 할 병원이 없어 자체적으로 집중치료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인공호흡기, 에크모, 지속적신대체치료 (CRRT) 등 중환자에게 시행되는 치료들이 하나하나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부족한 의료진은 서울의 대학병원급에서 중환자협회를 통해 여러 명의 의료진이 파견되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본원에서도 사망 환자가 발생하게 되었고 그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환자 가족과 의료진의 몫이 되었다. 초기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고 치료법도 확정된 것이 없는 상태였다. 여러 나라의 논문들을 참고하고 많은 토의를 거쳐 치료 약들을 선별하고 환자에게 투여하였다. 의사에게 있어 병의 치료에 확신을 가지고 예후를 예측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늘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불안함도 있었고, 환자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환자가 가지는 두려움과 의문들을 의사도 가지고 있으면서 치료를 시작한 것이다. 치료하는 의사들도 답답한데 환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코로나19를 이겨낸 모든 환자들에게 새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잘 이겨냈고 잘 싸웠노라고. 나 역시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그렇게 100일이 넘는 시간들을 환자들과 함께 지금도 보내고 있다.
처음 D레벨 방호복을 입을 때는 짧은 수술복을 입고 탈의실로 이동 하는 것도 춥게 느껴졌었고 방호복을 벗은 뒤에는 땀으로 젖은 옷 때문에 추울 수 밖에 없었다. 벚꽃이 필 때는 저 벚꽃이 다 질 무렵에는 이 사태가 끝났으면 하고 기도했다. 지금은 이미 벚꽃이 아니라 장미가 다 져버렸다. 4월쯤 모교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이 진료 대책반에서 에어컨을 틀면서 서로 얼굴들을 보지는 않아야될텐데라는. 그때는 농담으로 생각했고 모두 웃었다. 설마하고. 이젠 수술복을 입고 이동하는 것도 덥게 느껴지고 방호복을 입으면 그야말로 찜통 그 자체다. 한여름이 온 것이다. 올 여름 더위는 역대급이라는데 벌써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큰 적과 그렇게 싸워 나갔고 현재도 그렇게 싸우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한 힘이 있었다. 바로 전국민적인 지지와 응원이었다. 그런 전국민적인 지지와 응원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들이 불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보시는 한분 한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덕분에”라고.
2020년 06월 15일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은 재개원을 한다. 며칠 전 재개원 준비로 연구실에서 정리를 하던 중 달력이 2월에 멈춰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달력을 6월달로 넘기면서 새삼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음을 느꼈다. 현재는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줄었고 우리도 본연의 일을 하기 위한 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아마 이 글이 인쇄되어 나올 즈음에는 나도 수술실에서 수술에 전념하는 외과 의사의 본연의 모습일 거라 기대해 본다.
이 더위에도 병원 앞 대구 서문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고 많이들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나는 기도드린다. 언젠가 거리를 다니는 모든 이들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기를, 그런 서문 시장의 풍경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