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닥터와 근거중심의학

글 |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의생명과학과 명승권

사례1.

2014년 2월 및 9월, 어느 종편(종합편성채널)TV 건강관련 프로그램에 의사A가 출연해 “어성초 등을 이용한 발모차나 발모팩이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비법’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만든 제품을 홍보했고, 함께 등장한 한의사는 “발모를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다‘며 거들었다.

또한, 의사A는 다른 TV에 출연해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후두부 동맥 혈류량이 5배 증가해 발모효과가 강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례2.

2014년 2월,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유명 의사B가 같은 종편(종합편성채널) 건강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해 “5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던 한 여성에게 유산균을 처방했는데, 한달동안 먹은 후 임신에 성공했다”며 유산균이 불임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했다. 의사B는 홈쇼핑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건 유산균 제품을 출시해 판매해 왔고, TV등 매체에 출연해 자주 유산균 제품을 홍보해 왔다.

위 방송을 본 의사라면 누구나 해당 내용의 임상적 근거와 함께 의사로서 저런 내용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TV방송에서 이야기해도 되는지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의사A는 이듬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고, 의협은 결국 2016년 8월 22일, 의사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징계사유로 발모에 효과가 있다며 자신이 만든 어성초 제품을 방송매체를 통해 홍보한 의사A에 대해 회원 권리 정지 2년 및 위반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의협은 2014년 12월 9일, 위 사례처럼 의사 신분으로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허위·과장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쇼닥터’로 부르기로 하고 위 의사A와 B를 쇼닥터 1호 및 2호로 규정했다. 이후 쇼닥터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의협 산하 쇼닥터TF를 운영하였고, 이듬해 3월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정과 관련된 방송법,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과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규정, 의료법 제56조 의료광고의 금지, 의료법 시행령 제23조 의료광고의 금지 기준 등을 토대로 골격을 잡고, 항목마다 윤리규정에 맞게 쇼닥터 TF에서 논의 및 수정, 보완을 통해 대한의사협회 의사방송출연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른바 ‘쇼닥터’들이 양산하게 된 배경에는 2009년 7월, 미디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됨에 따라 지상파 방송에만 허용됐던 종합편성(한 방송사가 보도, 오락, 교양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편중되지 않게 편성)이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에서도 가능해진 것과 관련이 있다. 미디어법에 따라, 2010년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조선일보(TV조선), 중앙일보(JTBC), 동아일보(채널A) 및 매일경제(MBN)가 사업자로 선정돼, 2011년 12월 1일 4개의 종편이 개국하게 되었다. 종편에서는 소득증가와 급속한 노령화 사회의 진전으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각종 건강프로그램의 편성을 늘렸고, 결과적으로 채널 인지도와 시청률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흥미위주의 체험사례로 부정확한 의학정보가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되고, 쇼닥터들 나와 근거없는 치료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홍보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쇼닥터가 양산된 것은 기본적으로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 및 근거중심진료(Evidence-Based Practice, EBP)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성 의사들 뿐 만 아니라, 현재 의학을 배우는 의대생이나 수련의 및 전공의들도 근거중심의학 혹은 근거중심진료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 하고 있다. 근거중심의학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금부터 불과 20여년 전인 1996년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의학교육과정에 편성이 되어 있지 않거나 비중이 적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데이빗 새킷(David Sackett) 등은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BMJ)에 발표한 사설에서 근거중심의학을 ‘개별 환자를 진료하면서 의사결정 할 때, 현존하는 최상의 근거를 성실하고, 분명하며,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근거중심의학을 기반으로 한 진료는 개인의 임상적 전문성과 체계적 연구로부터 유래한 가장 유용한 외적 임상근거를 통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서술했다. 이후 근거중심진료라는 개념도 확립이 되었는데, 1) 최상의 가용한 연구근거, 2) 의사 개인의 임상적 전문성, 3) 환자의 가치, 특성, 선호도 및 상황을 통합해 임상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여기에서 연구근거라는 것은 실험실연구, 동물연구 뿐 만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찰역학연구(단면연구, 환자-대조군연구, 코호트연구)와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를 말하며 실험실연구에서부터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 순으로 그 근거수준이 높아진다. 덧붙여 관찰역학연구나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이라도 개별연구에 따라 연구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근거수준이 높은 이를 종합한 체계적 고찰(systematic review)과 메타분석(meta-analysis)을 통한 연구결과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상의 가용한 연구근거라는 것은 특정 치료법이나 약물 혹은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주장할 때는 실험실연구나 동물연구로부터 도출된 가설이나 기전 뿐 만 아니라 개별 임상시험들과 함께 이를 종합한 체계적 고찰과 메타분석까지 최상의 근거수준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거중심의학 및 근거중심진료의 측면에서 봤을 때, 사례1의 경우에는 관련된 실험실연구와 동물연구 뿐 만 아니라 무작위 비교임상시험을 통한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며, 인과관계가 확립되지 않은 의사A의 단순한 임상적 경험과 가설에 불과하다. 사례2와 관련해 유산균 중에서 특정 균주가 질 내 E.coli의 성장과 집락형성을 방해함으로써 임신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연구는 발표되었지만, 유산균의 경구복용으로 불임을 치료했다는 무작위 비교임상시험은 최근까지도 발표된 적이 없다. 즉, 사례2 역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우연한 임상경험과 가설에 불과하다.

근거중심의학에 대한 개념의 부족과 함께 기본적으로 TV에 출연해 홈쇼핑 등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거나 유명세를 이용해 강연이나 도서출판 등으로 경제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쇼닥터가 양산된 배경이 될 것이다.

쇼닥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송을 출연하는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과 품위를 갖추고, 의협의 의사방송출연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근거중심의학에 기반한 근거가 확립된 올바른 의학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의협 건강정보분과위원회에서 개발한 TV프로그램 건강정보 질 평가도구를 활용해 주요 TV 건강관련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지하며, 방송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TV건강정보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 등을 제정해 올바른 의학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