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에 관한 “진실”

글 |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병원장

얼마 전 멀리 지방에서 한 환자가 찾아왔다. 인터넷에서 석류가 유방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보고 얼마 전부터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고 했다.

또, 며칠 전에는 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석류에 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석류의 유방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 맹신하고 있는 듯 했다. 과연 여성의 과일이라 알려진 석류는 유방암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을까? 

석류, 과도한 섭취는 금물!

석류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은 에스트로겐의 구조와 매우 유사해 우리 몸 속에서 여성 호르몬과 경쟁하듯 작용하여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들이 있는데 Jeune 등은 유방암 세포를 이용한 연구에서 석류의 추출물 및 제니스테인 (이소플라본)이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결과를 보고 하였다.1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비슷한 연구를 통하여 석류 추출물이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기전 (원리)을 발표하였다. 2-4 한단계 나아가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도 석류 추출물을 투여한 쥐에서 유방암의 크기와 무게가 점차 줄어드는 것을 보고 하였다.

이러한 세포 및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각종 미디어에 ‘유방암에 석류가 좋다’는 내용이 다수 보도가 되었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유방암 환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결과를 해석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아직까지 유방암 환자에게 석류 추출물을 투여했을 때, 유방암이 치료되거나 유방암의 크기를 줄였다는 인체실험이 보고는 된 적이 없다. 유방암의 치료에 이용되기 위해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데 이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둘째, 과량의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여 유방암의 크기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가끔씩 간식으로 과육을 먹는 정도는 괜찮지만, 석류 농축액과 같은 고농도의 형태, 즉 제품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장기간 복용하거나 직접 달여서 섭취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셋째, 유방암환자에서 흔히 사용하는 타목시펜이라는 항에스트로겐 제재와 상호 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타목시펜은 유방에서 에스트로겐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재발률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이 함유된 석류는 타목시펜의 작용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유방암 환자가 석류 추출물을 섭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전문 용어로 “약물상호작용”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정 식품 고집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많은 환자들이 유방암 치료에 어떤 음식이 좋은지 물어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평소처럼 드시던 대로 드시라고 권한다. 유방암 환자들은 일반인을 위한 여러 건강 정보와 보조식품을 본인에게 적합하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인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특정 식품을 맹신하며 편중되게 섭취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검증된 유방암 치료에 효과적인 식품은 없다. ‘암에는 어떤 음식이 좋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을 믿고 특정 식품만을 고집하기 보다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생활 습관’과 ‘자가 검진’이 유방암 재발관리에 첫걸음

유방암은 재발률이 높은 끈질긴 암이다. 실제로 유방암 재발 환자의 92%가 5년 내 재발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술 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재발률을 약 50%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유방암 재발 관리의 첫걸음은 올바른 생활 습관과 자가 검진이다.

먼저, 유방암 환자들은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일주일에 4~5시간 이상, 한번에 4~50분 이상 하는 것을 권한다. 심장 박동이 느껴지고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규칙적으로 시행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을 30%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과 과체중은 유방암 재발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기 때문에 평소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수술 후 꾸준한 자가 검진과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치료가 끝난 직후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료 지침을 잘 따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유방암 재발 역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주치의의 치료 지침을 잘 따르며 재발 예방에 힘써야 한다. 특히 출처가 불분명한 민간요법에 현혹되어 본인의 건강을 해치지 말고,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문헌]
  • 1. Jeune 등. J Med Food. 2004
  • 2. Seidi 등. Asian Pac J Cancer Prev. 2016
  • 3. Shirode 등. Mol Carcinog. 2014
  • 4. Banerjee 등. Breast Cancer Res Treat.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