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4탄 - 오리온

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배상준

배상준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맥주 칼럼니스트, 여행작가

배상준 1997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교 졸업하고 세브란스 병원 전공의를 거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에서 일하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외과의사임에도 “낭만닥터SJ”라는 닉네임으로 맥주, 문화, 건강에 대한 칼럼을 쓰고 “맥주 마시며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대학과 기업에서 강연하는 유쾌한 아저씨다. 저서로는 <독일에 맥주 마시러 가자> 가 있다.

핑크레터 9월호에는 기네스, 하이네켄, 산토리에 이어 이번 연재의 마지막 맥주 이야기가 실려있다.

오리온(Orion) 맥주공장, 오키나와

오리온 맥주는 오키나와 대표 맥주입니다. 일본에서 그리 잘 팔리는 맥주는 아닙니다만, 적어도 오키나와에서만큼은 맥주 시장 점유율 70%가 넘는 맥주입니다. 오키나와 어디를 방문해도 오리온 맥주가 널려 있습니다. 

오키나와는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섬입니다. 일본 최북단의 홋카이도(북해도)섬과 마찬가지로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 의해 일본 영토로 강제 편입된 곳입니다. 1986년 당시 일본 수상 나카소네가 “일본은 단일 민족국가다”라고 발언하였습니다만, 일본은 북해도와 오키나와 토착민이 아직도 살고 있어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토착민의 토지 보상 문제가 걸려 있어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뿐입니다. 오키나와는 조선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이 섬은 1429–1879년까지 470년 동안 류쿠국(유구국)이라는 독립국이 있었던 곳입니다. 참고로 조선은 1392-1910까지 유지되었습니다. 조선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조공을 바쳤지만 중국의 속국이 아닌 독립된 나라였다는 점,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합병되었다는 점이 조선과 비슷한 역사입니다.

오키나와 국제공항이 있는 나하시(那覇市)에서 북쪽으로 90분 정도 걸리는 오키나와 섬 북단에오키나와 대표 맥주 오리온 맥주 공장이 있습니다. 

일부러 찾아갈 필요는 없지만, 오키나와 북쪽의 유명 관광지들을 둘러보고 다시 나하시로 돌아올 때 잠시 들리기 좋은 곳입니다. 오키나와는 렌터카를 빌려 여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전석이 우측에 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훌륭한 손재주와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우측 운전 술기 정도는 3분이면 적응할 수 있습니다. 

오리온 맥주공장 홈페이지는 www.orionbeer.co.jp 입니다. 반드시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합니다. 전화 예약만 받지만 일본어를 몰라도 쉽게 예약할 수 있습니다. 모든 맥주 회사마다 고유한 표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리온 맥주의 표어는 “for your happy time“입니다. 사람마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수백 가지가 넘지만 적어도 맥주를 마실 때만큼은 슬픈 이유보다는 즐거운 이유로 마실 때가 대부분일 것 같습니다. 그것이 맥주의 매력입니다. 맥주공장 투어 비용은 무료입니다. 약 30분간의 가이드 투어가 끝나면 오리온 맥주를 시음하는 시간입니다. 역시 방문객들의 표정은 맥주 시음 시간이 되어야 밝아집니다. 오리온 대표 맥주 한 잔과 스페셜 맥주 한 잔이 제공됩니다. 

오리온 맥주는 카스/하이트, 미국의 버드와이져/밀러와 같은 페일 라거입니다. 홉 향과 몰트 향을 강조하기보다는 탄산의 청량감이 돋보이는 시원한 맥주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수입되는데 오리온 과자회사와 혼동할 수 있어 오키나와맥주로 판매됩니다. 오리온 맥주와 어울리는 현지 음식 중 하나는 오키나와 소바입니다. 오키나와에서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기도 합니다. 일본 본토의 소바와 달리 오키나와 소바는 밀로 만들었습니다. 일본에서 ”소바“라고 하면 메밀 함량이 적어도 30% 이상이어야 합니다만, 오키나와 소바만큼은 류쿠국 시절의 전통을 인정하여 밀로 만들었음에도 ”소바“라는 명칭을 허락합니다. 1978년 10월에 만든 예외 규정입니다. 탄산의 청량감을 강조한 오리온 맥주는 걸쭉한 고기 육수로 만든 오키나와 소바와 잘 어울리는 궁합입니다. 오키나와에 방문하면 꼭 오키나와 소바 한 그릇과 오리온 맥주 한 잔의 즐거움을 누려 봐야 합니다. 

조선과 류쿠국은 공통점이 많은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조선은 대한민국이 되었고, 류쿠국은 일본 영토가 되었습니다. 목숨 바쳐 독립 운동을 했던 조상님들 덕분입니다. 오키나와에 방문하면 그분들의 고마움을 한번쯤 생각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오리온 맥주를 실컷 마실 수 있어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