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와슈 연수기

글 | 연세대학교 외과학교실 박세호

안녕하세요. 연세의대 외과학교실 박세호 입니다. 저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미중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의 Division of Public Health Sciences, Department of Surgery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여기 오기전까지는 (지금은 이적하였지만) 야구선수 오승환이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밖에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이 학교는 1853년 설립된 후 160년이 훨씬 넘은 전통적인 역사를 지닌 사립학교인 만큼 오랜시간 ‘와슈(WashU)’라고 부르다가,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University of Washington를 포함해 미국내 20여개의 학교와 기관에서 ‘Washington’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서 혼선을 방지하고자 1976년 학교 이름에 in St. Louis를 추가하여 개명하고 ‘우스틀(WUSTL)’ 이라 줄여 부르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와슈로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참, 1904년 미국에서 첫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가 세인트루이스이고, 이곳 댄포스 캠퍼스 운동장에서 열렸다고 합니다. 

< 미국 독립기념일에 세인트루이스 명물인 The Gateway Arch 앞에서 >

1. 연수준비

2016년 하반기부터 연수 준비를 시작하였는데, 그해 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J1을 포함한 비자 정책이 강화되서인지 제가 원하는 답변을 쉽게 받을 수 없었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다소 급한 마음에 주변 교수님들께도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고, 여러 교수님들께서 제 연수 준비를 도와주셨습니다. 지금 이 자리를 빌어 신경 써 주신 삼성병원 조주희 선생님과 강남 세브란스병원 정준 선생님, 서울대 이정은 선생님과 전북대병원 윤현조 선생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예방, 보건, 통계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이정은 교수님 소개로 이곳 와슈의 박이경 교수님과 메일, 전화를 통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Division의 chief이신 Graham. A. Colditz 교수님을 지도 교수로 정하고, 이곳은 Office for International Students and Scholars (OISS)에서 연수생을 관리하고 있어서 DS-2019 같은 비자 관련 서류는 늦지 않게 쉽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박이경 교수님과 메일, 전화를 통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Division의 chief이신 Graham. A. Colditz 교수님을 지도 교수로 정하고, 이곳은 Office for International Students and Scholars (OISS)에서 연수생을 관리하고 있어서 DS-2019 같은 비자 관련 서류는 늦지 않게 쉽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눈 내리는 날 학교 빌딩 앞에서

2. 연수내용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의 Department of Surgery는 General Surgery 가 하나의 Division으로 분류되어 있고, 유방-내분비 질환을 치료하는 Section of Surgical Oncology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Department Chief가 임상의에게 있어서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Division of Public Health Sciences를 외과내 한 Division으로 설립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달에 한번씩 외과 스탭과 예방의학 스탭들이 모여 공동 연구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도 모든 스탭들이 연구비나 각자의 연구 업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2주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스케줄을 정해 각자의 연구 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부족한 점이나 연구비 제안서 지적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모두 함께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외과 전공의 수련과정 중 원하면 1년간 Division of Public Health Sciences에 파견을 와서 예방, 통계 관련 공부와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고, 매주 fellow들이 모여 스탭과 함께 관심 저널을 리뷰하고 각자의 연구를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으며, 외부 연자를 종종 초청하여 특강도 빈번하게 열립니다.

저는 임상을 벗어나서 이곳의 액티비티에 참여하면서, 현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는 생각 하에 박이경 교수님의 지도로 유방암 위험인자의 국내 현황과 향후 유방암 발생률에 미칠 영향을 공부 하였습니다. 국립암센터 조현순 선생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만, 6개월이 지난 즈음 유사 주제의 관련 논문이 E-pub 된 것을 알게되면서 멘붕(?)에 빠지게 되었으나 2018년 시카고 AACR에서 포스터 초록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제게 NIH-AARP Diet and Health Study 라는 56만명이 넘는 장기간의 대규모 코호트 자료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를 직접 다루기 위해서 SAS 통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물어보기도 하고, 책과 인터넷도 찾아 가면서 SAS 분석을 수행하여 식이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 (AGEs) 와 폐경후 여성에서 유방암 발생 위험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16만명이 넘는 Women’s Health Initiative (WHI) study 자료도 후속 연구로 분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SEER (Surveillance, Epidemiology, and End Results) program에서 배포하는 11만명 이상의 Oncotype DX data에 접근 허락을 받아 intermediate risk group에서 21-gene recurrence score와 사망률 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매년 한번 열리는 WUSM Employee Appreciation Picnic 날 병원 앞에서
Department of Surgery의 Chairman’s State 미팅 시작 전에

3. 세인트루이스 생활

미국에서 연수 시작전에 다들 고민하는 것이 집과 자녀 학교일 것 입니다. 연수 전에 직접 연수지에 가서 집을 보고 계약을 하면 더 좋겠지만 저는 한국에서 집을 알아보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미국내 신용 기록이 없어서 메일을 보내도 답이 없을 때 답답한 마음이었지만, 우연히 와이프 고등학교 친구가 세인트루이스에서 사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집을 계약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연수 초기 정착은 몇몇 연수기를 정리한 책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알아보고, 운전 면허를 취득하고 중고차를 구입하고, 생활 해 나가면서 하나하나 배워갈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같은 시기에 연수를 간 동료가 있어서 부담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인구 30만 정도의 중소도시인 세인트루이스는 위도가 서울과 비슷하여 기후은 한국과 유사합니다. 다운타운 (특히 일리노이주에 속한 East St, Louis)에서는 사건-사고 소식이 간혹 들려오지만 대체로 밤에 다닐일이 별로 없고, 집은 병원에서 차로 20-25분 떨어진 거리에 있다보니 불안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이곳 사람들도 양보 잘 해 주고 친절하였습니다. 물가는 미국 동-서부 대도시 보다는 다소 저렴하였고, 근처에 작지만 한인 마트도 세군데나 있어서 생활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많은 연수 오신 선생님들께서 한결같이 누리시는 장점이 한국에서는 같이 보내지 못한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그러다보니 의견 충돌도 종종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더 많은 가족애를 느끼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해가 질 때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하나 밖에 없는 달이 여기서는 왜 이렇게 크게 보이는지, 밤 하늘에 별이 이렇게나 많았는지 등 대자연의 광활함을 가족과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골프, 낚시 등의 취미 생활이나 캠핑과 여행에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일 것 입니다. 와이프와 번갈아 운전하며 미국내 자동차 로드트립도 해볼만한데, 한번은 11일동안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글래시어 국립공원을 거쳐 캐나다 밴프-재스퍼 국립공원까지 갔다가 몬타나에서 공룡화석 발굴체험을 하고 돌아와 보니 거의 5,000마일을 운전하며 여행한 경험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집앞에서 사슴을 만나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닙니다.
딸과 함께 받은 40개 이상의 미국 Junior Ranger 배지와
캐나다 Xplorers 프로그램 기념품

4. 맺음말

제가 연수를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하고 격려해주신 윤도흠 의료원장님, 외과 윤동섭 전임 주임교수님, 김명수 현 주임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영업 유방외과장님, 박병우 교수님, 김승일 교수님, 박형석 교수님, 김지예 교수님과 유방외과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연수를 허락해 주신 Graham Colditz 교수님과 바쁘신와중에도 매주 미팅 시간을 할애 해 주시고 지도해 주신 박이경 교수님, 그리고 옆에서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은 Adetunji Toriola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연수 기간동안 보고 배운 것을 돌아가서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며, 이 글이 연수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 귀국 이사짐을 다 싸지 못한 관계로 이상으로 제 세인트루이스 와슈 연수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