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 참관기

글 | 서울대학교병원 김유미

학회 참관기를 부탁 받자마자 바로 승낙을 하고 쓰기까지는 숱한 날이 지나가 버렸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바로 기록을 하지 않으면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것처럼 나 또한 ASCO를 다녀온 것이 꽤나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 시절 중간 고사나 기말 고사와 같은 큰? 시험을 치르고 나서는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고 머리를 닫아버렸던 그것과 비슷 했을까. ASCO 참석은 다른 학회와 달리 몸에 힘을 주고 준비를 했었기에 다녀와서는 긴장이 풀려 버린 채 그 기억을 해마 저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어 버렸던 것 같다.
최신 지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전 세계의 수많은 의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접하는, 학회 참관의 경험은 깊은 지식이 부족했던 전공의 시절 신선했던 그 느낌 이후, 세부 분과를 정하고 공부를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frontal lobe 이 쫀득거리는 느낌을 주곤 했다. 무지를 깨치는 그 느낌. 정말 날 것 스러운 이 “쫀득” 거린다는 표현이 나는 꼭 맞는 것 같다. 여느 학회 참석과 이번 ASCO 참석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학회 참석은 단순히 참석한다는 것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구연도 아니고 또 처음 하는 포스터 발표도 아닌데, 그리고 그게 뭐 그리 대단할까마는 왠지 모를 긴장감이 학회 참석 전부터 온몸을 자극하고 있었다. 오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고 그 발표가 내 개인의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암 관련 학회 규모에 있어서 가장 크고 또 대단하다는 ASCO를 참석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었고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가 낯설지도 않고 심지어 살아도 봤지만, 시카고는 생애 첫 방문이었다. 학회도 학회지만 기간이 일주일이나 되었기에 처음 가는 시카고라는 도시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코가 예민한 나는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미국 특유의 흙냄새와 버터향에 아 웰컴투 유에스에이 딱 그 느낌이었다. 도착한 것은 학회가 시작하기 전날 밤. 발표가 학회 이튿날이었기 때문에 그 크다는 학회장에서 이른 아침시간 헤메서 제 시간에 포스터를 붙이지 못할까 하는 걱정에 하루 전 도착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짰다. 학회는 첫날부터 너무도 붐볐다. 아 이거구나. 등록을 하기 위해, 이미 등록을 하였지만 배지와 관련 자료들을 받기 위한 줄이 어마어마 했다. 이미 여러 번 참석했었다면 모를까, 처음 참석인 나는 예상했던 것처럼 미리 오지 않았다면 헤맸을지도 모른다 

6월 1일 토요일 아침, 나의 발표가 있는 날, 전날 미리 가보긴 했지만 긴장되는 마음에 호텔과 학회장 간 제공되는 첫 셔틀버스를 타고 학회장에 도착했다. 오전 내내 포스터 발표라 다른 세션은 근처에도 가보질 못했다. 사실 3시간의 poster presentation 시간 동안 내내 poster 앞에만 붙어있게 될 줄은 몰랐다. 예상한 질문들이 많긴 했지만, 오신 선생님들께서 깊이 있는 질문을 주셨을 때 꽤나 고민하며 설명하느라 애먹기도 했다. 내가 발표한 것은 약 10여년 전 과학 기술부 과제로 선정된 proteomic 기술개발 사업에서 시작했던 연구의 결과물이다. 체내에 수십만 단백질의 연구 결과 혈액 내에서 유방암에 유의미한 세가지 단백질을 확인 하였고 이 다중 단백질의 알고리즘을 개발, 이를 통해 유방암 진단 가능성을 확인한 내용이다. 한동안 연구가 중단 상태에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작년 부터 실험에 박차를 가해 좋은 결과를 확인하게 되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식약처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은 바이오마커다. 그간 1700여개의 혈액 샘플을 활용해 실험을 해왔고 최종 확증 임상 시험에서 식약처에서 기준으로 한 민감도, 특이도, 정확도를 모두 넘어서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마취와의 상관 관계를 확인하였고 현재는 체내 암의 상태에 따라 마커의 값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에 대해 확인 중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유방암 스크리닝 방법인 맘모그래피와 병용 했을 경우 그 정확도는 92% 를 상회 한다. 이 결과는 서울대학교병원 유방센터 영상의학과 7분의 교수님들로부터 블라인드하게 맘모그래피를 리뷰한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아주 객관적이고 타당한 결과라고 하겠다. 현재 해당 바이오마커 ’마스토체크’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고 있으며 곧 전향적 다기관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외우다시피 보고 수도 없이 확인한 내용들 이지만, 유수의 해외 의학자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질문을 받으니 나름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피드백을 받게 되어 이것을 바탕으로 향후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도 갖게 되었다. 포스터 세션이 이렇게 붐비는 것이었던가. 바로 옆에 있는 발표자들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만큼 서로 너무 바빠서 제대로 이야기조차 나누지를 못했다. 막상 다음날이 되어 다른 주제의 포스터 세션에 참석해 보니 그 3시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함께 오신 한국 선생님들께서 이번 ASCO 에서는 그다지 ‘something new’ 는 없는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아직 배움이 필요한 나에게는 새롭고 천지 배울 것 투성이었다. 포스터 세션에서 바로 옆 발표자의 주제도 그러했지만 이번 학회에서 가장 핫한 주제는 CDK4/6 inhibitor 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연구 디자인은 각기 차이가 있었지만 CDK4/6 inhibitor에 대하여 resistant marker를 찾기 위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느껴졌다. 모든 암종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학회다 보니 유방암만을 다루는 San Antonio Breast Cancer Symposium 에 비해 일정이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세션간의 짬을 내어 스카이라인이 멋지다는 시카고의 뷰를 보기 위해 가까운 윌리스타워를 방문해서 잠깐이었지만 도시의 장관을 감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저녁엔 한국 선생님들과 식사하는 자리도 가졌다. 

최근 있었던 Asia Genomic Forum 에서도 나왔던 내용이기도 한 ODx RS score 관련된 내용으로 RS score 16-24 인 경우 clinical risk 를 고려해서 high risk 에서는 항암을 고려할 수 있겠다는 제안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항암효과 보다는 난소억제의 영향이 높을 premenopause 에서는 OFS 추가가 낫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오후에 있었던 Molecular Profiling in Breast Cancer: Past, Present, and Future 세션은 기대를 하고 참석하였지만 여전히 BRCA gene 에 대한 얘기만 듣고 나왔던 것 같다. gBRCA, sBRCA…
학회 마지막 날은 삼성서울병원 박연희 교수님 강의가 오전에 있어서 역시나 이른시간 셔틀을 타고 학회장을 도착했다. 넓은 학회장이지만 늦게 가면 이미 자리가 너무 가득차 버려서 매일 일찍 나서기는 했지만 그날은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폐경전 호르몬 수용체 양성 전이 유방암에서 palbociclib + exmestane with GnRH agonist 가 capecitabine 보다 좋다는 Korean Cancer Study Group 의 연구결과를 발표하셨다. 괜히 내가 다 떨리는 느낌이었고, 이 많은 해외 의학자들 앞에서 발표를 하려면 너무 떨릴 것 같은데 작은 체구시지만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로 학회장을 장악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발표 및 이어지는 숱한 질문들을 뒤로하고 긴장되는 오전 세션을 마치게 되었다. 이렇게 머리 속을 자극하고 살찌우는 contents 들로 가득했던 1주일간의 학회가 끝이 났다. Chicago river 의 북쪽에 숙소를 잡은 터라 저녁식사 후 매일 걸어서 돌아가곤 했는데 그 시간들이 시카고 관광? 의 전부였던 것 같다. 도시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지만, 여느 학회보다 많이 보고 배웠고 무엇보다 내면적으로 자극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현재 하고 있는 연구들도 좀더 매진하여 좋은 결과를 가지고 또 이렇게 훌륭한 곳에서 발표할 기회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이미 다녀온지도 좀 지났고, 훌륭한 여러 선생님들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리뷰들을 해주셔서 공부 관련된 내용들을 담는 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내가 느끼고 가지고 온 생각들이 많은 분들께 전달되어 이 자체로 좋은 피드백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참관기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