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Gallen 유방암학회 참관기

글 |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성귀
  • 조기 유방암 치료에 있어서 최신 지견과 임상현장의 실제 치료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2019년 St. Gallen Breast Cancer Consensus Meeting에 두 번째로 참석하였습니다. 금번 미팅은 새로운 치료법의 임상이득의 정도를 평가하여, 각 환자의 상황을 고려하여 최선의 치료 방침을 제공하되, 임상이득의 정도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대한 대안적 치료를 제시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하여 공론을 형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예를 들어 관성상피내암에 있어서 좋은 성질을 지닌 고령 환자에게는 방사선치료를 생략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찬성을 하였습니다. 또, 병기가 높은 HER2 양성 유방암에서 퍼제타를 추가한 이중 HER2 억제치료가 필요하지만 1기 HER2 유방암 환자에서는 오히려 12주의 Paclitaxel을 하는 것에 대하여 대다수의 패널이 동의하였습니다. 항호르몬치료의 기간에 대해서도 림프절 전이 양성 환자에서는 Tamoxifen이나 Aromatase-inhibitor의 10년 연장치료를 적극 고려해야겠지만, 모든 것은 환자의 부작용과 의지, 독성과 실제 연장했을 때의 이득에 대해서 충분히 상담하고 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방사선치료에 있어서도 림프절 전이가 없는 유방암에서는 저분획 방사선치료가 90% 이상의 패널들에게 표준 치료로 인정받았습니다.

올해의 학회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트렌드의 변화는 선행화학요법 후 잔존암(Residual Tumor)이 있는 환자를 등록한 임상시험입니다. 특히, HER2 유방암에서는 KATHERINE, 삼중음성유방암에서는 CREATE-X 의 임상시험이 잔존암에서 추가치료(Escalating treatment)의 생존이득을 입증했고, 그 차이가 무병생존율 기준으로 10% 이상으로 최근 임상시험으로는 보기 드물게 컸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이에 고무되어 있었습니다. 2년 전에는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잔존암이 있을 경우 Capecitabine을 쓸 것이냐는 질문에 50% 미만에서 Yes 라는 답이 나온 반면, 올해 같은 질문에 대해서 80%가 동의하였는데, 실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일에 한국유방암학회도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Eric Weiner 등 많은 연구자들이 새롭게 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이러한 선행화학요법 후 완전관해군과 잔존암군으로 나누어 전자에서는 de-escalating treatment를, 후자에서는 escalating treatment를 위한 임상시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고위험군의 잔존암 치료는 선행화학요법 후의 수술적 치료에도 영향을 주는데, MSKCC의 Monica Morrow는 그의 수상기념강연에서 국내를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임상관해군에서 수술 생략 임상시험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작은 크기의 침윤성 잔존암의 경우에도 잔존암 대상 임상시험에 등록될 수 있는데, 이를 조직검사로 대체하는 것은 정확한 잔존암 평가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또, 액와부의 관해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별도의 액와부 수술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세분화되는 유방암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중요한 치료의 진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더 적은 치료했을 때(De-escalating treatment)의 안전성과, 더 많은 치료를 (Escalating treatement) 했을 때의 이득과 반대급부로 따라오는 독성에 대해서 의료진이 정확하게 알고 상담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각 치료의 임상이득의 정도를 가늠하기 (Estimating the magnitude of clinical benefit of treatment)”가 올해의 주제였는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새로운 치료 혹은 장기간의 추가 치료를 무작정 적용하기 보다는 개별 환자의 건강상태와 추가 치료의 득실을 꼼꼼히 따져보고 적용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러한 철학을 반영하는 마지막 질문, 많은 치료가 장기 생존 (Overall Survival)의 측면에서는 그 이득이 미미한데, 이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환자에게 알리고, 치료를 더하지 않는 선택을 제시해야 한다는 질문에 91.5%의 패널이 컨센서스를 이루며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였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환자는 각기 다르고 때로는 예외적으로 젊거나 뜻밖의 임상 및 병리적 요소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 모든 부분에 대해서 임상시험을 통한 높은 수준의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컨센서스 회의을 통해 각 분야 대가들이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보고 들으며, 내가 만나게 될 환자들을 위한 최선의 치료를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내일 수술할 환자의 다학제 컨퍼런스를 기분 좋게 끝낸 기분으로 인천행 비행기에 오르며, 2년 전보다 더 따뜻하고 파랬던 비엔나 하늘을 떠나올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