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는 미술관 찾아가기

글 |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곽범석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워라밸 (Work Life Balance)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외과의사, 특히 전공의가 없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나 같은 교원은, 지쳐가는 몸과 쌓이는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삶의 활력을 불어주는 취미 생활을 가지는 것은 필수적일 것이다. 나는 이것저것 남들 하는 만큼 정도의 여가 생활은 즐기지만, 사실 뭐하나 제대로 잘 하는 것도, 잘 아는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깊게 빠져 있거나 내세울만한 취미 생활은 솔직히 없다. 휴일 아침 혼자 조조영화 보기, 저렴한 맛집 찾아 다니기, 미드 몰아서 보기, 혼자 산행하기, 음악 감상 등 일명 나만의 소확행이라 할만한 여러 가지 취미 중에, 실제로 자주는 찾지는 못하지만 나의 취미 생활의 일부인 미술관 관람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본격적인 미술관 관람의 시작은 부모가 되면서 부터였다. 대부분의 부모들처럼 나 또한 어린 자식들의 인문적 교양을 넓혀 주겠다는 어리석고 과한 욕심에 십여년전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딸아이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센터,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등 파리와 암스테르담의 유명한 미술관 십여 곳을 뺑뺑이 돌린 적이 있었다. 물론 당연한 결과이지만 채 1년도 되지 않아 미술관 앞 광장에서 비둘기 모이를 준 것 외에는 힘들게 보여주고 설명해 주었던 그 수많은 명작들은 거의 기억을 못했다. 유일하게 아는 작품이라면서 그림 앞에 앉아서 오랫동안 골똘히 바라보았던 마티스의 ‘왕의 눈물’만은 통하는 무엇인가 있었는지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기억하였다. 역시 작품과의 공감하는 필이 중요한 것 같다. 

이후로 조금씩 재미를 느끼며 주말이면 시간을 내어서 서울시내 다양한 미술관을 찾게 되었고, 해외 학회를 나가면 학회장을 약간 소흘히 하더라도 시간을 내어서 그 도시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꼭 둘러보고는 한다. DDP에서 2014년부터 시작하여 올 봄에 마무리 되는 ‘간송미술관 특별전’,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에서의 페르메르의 작품들, 빈의 벨베데레 궁에서의 클림트와 에곤쉴레의 작품들 등이 대표적으로 나를 감동시킨 작품들로 꼽을 수 있다. 

예전에는 무작정 미술관을 찾아가서 작품을 대면하면서 느끼는 나만의 직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즐거운 미술관 관람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노력과 준비를 통한 나에게 맞는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많이 보고, 느끼고,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과정들 속에서 조금씩 안목이 생기고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지, 작품의 배경과 작가에 대해서 미리 예습을 하고, 규모가 큰 미술관의 경우에는 배치 순서에 따른 동선까지도 미리 생각해서 가면 훨씬 깊이 있는 관람이 될 수 있고, 봐야하는 작품을 빠뜨리고 미술관을 나오게 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시간이 맞는다면 도슨트의 설명에 따라 전체적인 작품을 이해하고, 다시 한번 개인적으로 찬찬히 작품들을 둘러보는 것도 미술관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텍스트에 약한 나는 주로 동행하는 와이프가 팜플렛 내용이나 예습한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을 듣고, 서로의 느낀 점을 이야기하면서 관람하는 편이지만, 혼자 관람할 때는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오디오 설명의 속도에 얽매여서 작품을 감상해야하는 단점이 있어서 특히 관람객이 많아서 줄을 서서 관람해야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관람하는 것 또한 중요하고, 관람객이 붐비지 않는 시간대를 고려해서 마감시간 30분 - 1시간 전이나 평일 야간 개장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마지막으로,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미술관 자체가 예술품과 같이 아름다운 곳도 많으니 여유가 된다면 건물과 정원들도 둘러보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가까운 미술관을 찾기 시작하면 또다른 좋은 취미생활을 하나 가지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법의학자이신 문국진 선생님의 명화들에 얽힌 뒷이야기를 재미있게 써 놓은 여러 서적들을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